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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실학

실학의 등장 배경은 조선 전기의 통치 이념으로 절대적 권위를 확립하였던 성리학은 논쟁을 거듭하면서 사변적으로 변질하였고, 사회적 변화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백성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백성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을 해야 한다는 개혁적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실학이 등장하였다. 실학은 실증을 중시하는 청나라의 고증 학풍과 발달한 문물에 자극을 받아 성리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였으며,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치 제도와 사회 구조의 개혁을 주장하였다.

 

본성은 곧 이치일까? 성리학의 성즉리라는 명제에 따르면, 만물의 근본 원리인 이가 개체에 부여되면 성이 된다. 사람에게 부여된 성의 구체적 내용은 인의예지의 사덕이며 이곳은 곧 이(理)이다. 성리학에서는 공자가 제시한 유교의 핵심 개념인 인(仁)도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  '마음의 덕으로서 사앙의 이치'로 해석한다. 즉 인으로 대표되는 사덕은 우주의 근본 원리이면서 인간에게 선천적인 성으로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리학의 이(理)는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이면서 동시에 만물에는 성으로 내재된 실체이다.

 

대표적 실학자인 정약용은 채소가 거름을 좋아하고 연꽃이 물을 좋아하는 것처럼 성은 기호라고 보며 성리학의 '성즉리'를 비판하고 성기호설을 주장한다. 그는 기호를 생존을 위한 육체적 욕망인 형구의 기호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고자 하는 욕구인 영지의 기로호 분류하고, 인간만의 영지의 기호를 지닌다고 본다. 또한 "하늘이 나에게 성을 부여할 떄 선을 좋아하는 감정과 선을 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주었다."라고 하며 인간에게는 선하고자 하면 선할 수 있고 악하고자 하면 악할 수 있는 자주지권이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인의예지는 성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약용에 따르면, 사람은 자율적 존재이고, 도덕적 실천에 힘쓰며 자신의 선택과 행위에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다.

 

정약용의 수양론과 사상의 의의

성리학에서는 하늘을 비인격적 우주 원리인 이치로 설명한다. 반면 정약용은 상제, 즉 하늘이 사람에게 자주지권을 주었다고 하여 하늘을 인격적인 존재로 본다. 그에 따르면, 상제가 명령한 것이 천명이고, 그것이 사람에게는 도심이 된다. 정약용에 따르면, 상제는 선을 좋아하는 성을 부여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직접모두 살펴보며 시시각각 도심을 통해 명령의 형태로 우리에게 잘못을 경고해 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정약용은 하늘을 두려워하고 몸과 마음을 함부로 하지 않는 공부인 신독을 강조한다. 신독은 상제가 집안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임하여 비추어 보는 듯 내 마음도 들여다보고 있으므로 자신만이 홀로 아는 일에도 삼가기를 다하는 것이다. 또한 정약용은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마음속의 경도 풀어진다고 하여 엄숙한 몸가짐을 통해 내면을 통제하는 전통적 수양 방식도 강조한다. 정약용 사상의 의의는 성리학의 전통적인 심성론에서 벗어나 인간을 자율적이면서 실천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또한 욕망과 욕구를 불순하게 보는 금욕적 수양론에서 벗어나 성을 일종의 욕망과 욕구인 기호로 보면서 욕망과 욕구를 생존과 도덕적 삶 모두를 위해 필요한것으로 긍정한다.